
이를 깨끗이 닦아도 치아가 노랗거나 갈색, 회색빛을 띠면 단순한 미용 문제가 아닌 건강 이상 신호일 수 있다. 미국 치과 전문가이자 치과 장비업체 ‘프로던트(Prodent)’ 대표 앨런 장은 변색 치아가 전신 질환과 관련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란색 치아: 간질환, 법랑질 마모
간질환이 있으면 혈중 빌리루빈 수치가 높아질 수 있다. 빌리루빈은 적혈구가 분해되면서 생기는 황색 색소로,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쌓이면 황달이 나타나고 치아 역시 노랗게 변한다. 이때는 내과에서 간 기능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나이가 들수록 법랑질(치아의 가장 바깥층)이 점차 얇아져, 속의 노란 상아질(치아에 분포된 신경을 감싸고 있는 구조물)이 드러나면서 누렇게 보이기도 한다. 여기에 커피·담배·차와 같은 색소가 침착되면 변색이 심해질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스케일링 등 치과 치료로 개선할 수 있다.
◇갈색 치아: 불소증, 색소 침착
치약, 불소 용액, 불소 첨가 식품 등을 통해 불소를 과다 섭취하면 치아 표면에 갈색 반점이 생기는 불소증이 나타난다. 이때는 초기에 치과 진료를 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치아 파절이나 치아 민감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흡연, 철분제 복용, 와인·커피 같은 색소 음식 섭취 등이 갈색 착색을 유발한다. 이 경우 생활 습관을 교정하고 치과 미백 치료를 받으면 치아 색을 되돌릴 수 있다.
◇너무 하얀 치아: 치아 부패, 법랑질 형성 부전증
충치는 초기에 흰색 반점으로 시작된다. 흰색 반점은 산에 노출되면서 법랑질에서 미네랄이 빠져나가면서 생기는 현상이다. 또한 유전적 요인이나 성장기 영양 불균형으로 법랑질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을 때도 흰 반점이나 얼룩이 나타난다. 반점이 없어지지 않고 크기가 커진다면 조기 충치일 가능성이 크므로 치과 진료가 필요하다. 특히 어린이에게 이런 증상이 보이면 법랑질 형성 부전증일 수 있어 정기적인 검진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회색 치아: 셀리악병, 치석
셀리악병 환자는 영양소 흡수 장애로 인해 법랑질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하면서 치아가 불투명해지고 회색빛을 띨 수 있다. 셀리악병은 유전적 요인을 가진 사람들이 글루텐(밀, 보리, 귀리에 함유된 단백질)을 섭취했을 때 발생하는 만성 자가면역질환이다. 법랑질이 약해지면 빛의 투과가 고르지 않아 치아 색이 탁하고 어두워 보이게 된다. 만약 잦은 소화불량·체중 감소 같은 전신 증상과 함께 치아 변색이 나타난다면 내과에서 셀리악병 검사가 필요하다. 또한 타액, 음식물 찌꺼기, 박테리아 등이 굳어져 형성되는 치석으로 인해 치아가 회색으로 변한다.
◇검은색 치아: 중금속 노출, 충치
납이나 수은 같은 중금속이 체내에 쌓이면 치아와 잇몸에 어두운 변색이 나타날 수 있다. 충치가 심해져 치아 조직이 파괴되면 검게 변하며, 신경 손상으로 통증까지 동반되기도 한다. 치아가 검게 변하면서 통증을 느끼면 즉시 치과 치료가 필요하고, 중금속 노출 위험이 있다면 내과에서 혈중 농도 검사를 받아야 한다.